이 글은 '등산하는 디자이너'가 음성인식으로 기록하고 에디터가 편집 및 발행하는 글입니다.
지난 주 나의 계획. 이것만 봐도 내가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다 설명 되는 듯. 장마가 시작되고 난 후 집에서 누워만 있는 시간이 너무 많아졌다. 그래서 8월 초에는 그렇게 우울하지는 않았지만 딱히 의욕은 많이 없는 상태였다. 이제 장마가 끝나면 밖에 돌아다니면서 생활리듬을 되찾아 보려고 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다시 집콕할 수밖에 없게 되었으니 집에서 좀 더 잘 지내 보고자 아이패드 거치대를 주문했다!!
바로 이것!! 핸드폰이나 아이패드를 손목 때문에 들고 있을 수가 없다 보니 바닥이나 책상에 내려놓고 얼굴을 파묻은 채 음성 명령을 외쳐대야 해서 이게 자꾸 누워있는 원인 중 하나였다. 어깨랑 목도 너무 아프고.
그래서 이런 생활패턴을 개선시킬 수 있는 아이템으로 아이패드 스탠딩 거치대와 책상에 올려놓고 쓰는 핸드폰 거치대 두가지를 구매했다. 근데 기대 이상으로 이 두 아이템 덕분에 정말 앉아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이렇게 템빨이 중요하다니까. 진작에 살걸 그랬다.
그런데 중요한 문제가 있다. 아이폰 SE 2가 음성명령이 잘 안 되는 건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고 OS 문제인 것 같기도 하다. 실수로 아이패드 업데이트를 시켰더니 아이패드도 덩달아 음성 명령이 전보다 잘 안 된다. 정말 개빡친다^^
그래도 지난 주부터는 준비하고 있는 나만의 프로젝트에 완전 열을 올려서 현재 할 수 있는 한에서 혼자 기획도 하고 집에 필요한 물품들 세팅도 하고 컨텐츠 테스트도 해보고 있다. 반 년만에 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뭔가가 생겨서 그런지 고민하는 게 무척 즐겁고 재밌다. 역시나 무엇을 하려고 하니 의욕이 앞서 손을 자꾸 쓰게 되어 통증이 조금 심해지긴 했지만 이렇게라도 안하면 손 안쓰고 진통제 안 먹고 있는 대신 정신과 약을 먹게 될 것 같아 어느 정도는 손을 쓰면서 정신건강 챙기는 게 나은 것 같다.
그래도 재미있게 내 일을 하면서 아픈거라 그런지 다른 때처럼 손목이 아플 때 보다는 덜 속상하고 기운 빠지지는 않았지만 손목 치료가 나의 우선순위이긴 하니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과 손목 쓰는 것의 밸런스를 잘 맞추는 것이 앞으로의 관건이 되겠다.
할 게 생기면서 삶에 활력이 살짝 되돌아 오긴 했지만 이미 오랜 시간 혼자 집에서 보낸 시간이 길어지면서 생긴 외로움은 쉽게 익숙해지지 않는 모양이다.
장마는 끝났어도 자꾸 스콜성 소나기가 자주 내리면서 혼자서는 외출하기가 어렵다. 여기가 동남아냐? 휴..
지난 주에는 3일 만에 다른 사람과 처음으로 식사를 같이 할 정도였다 (비록 집에서 엄마랑 먹은 거지만). 너무 답답해서 잠깐 동네 산책을 비가 안 올 때 호다닥 다녀오기도 했다. 밖에 나갈 때마다 비가 혹시라도 쏟아질까봐 조마조마하다.
이번 주도 태풍이 온다고 해서 비가 본격적으로 오기 전에 외출을 꼭 해야만 일주일을 어떻게든 버텨낼 수 있을 것 같아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오랜만에 긴 코스로 걷기운동을 다녀왔다. 요즘에 열심히 보고 있는 바리스타 유튜버가 추천해 준 동네 카페를 목표지점으로 잡고 맛있는 커피도 테이크아웃 해와서 땀을 뻘뻘 흘린 후 아아를 들이켜 커피가 몸에 뻗어나가는 이 기쁨을 정말 오랜만에 느꼈다. 아침부터 몸도 가벼워지고 상쾌해져 기분좋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달력을 보니 무려 20일만의 긴 외출이었다.
온라인으로 하는 간단한 영어스터디도 시작했다. 주제가 디자인 관련 된거라 공감도 되면서 한편으로는 내가 현재 디자인을 할 수 없는 현실 때문에 불편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영어 공부를 하니 의욕이 불타는 느낌.
분명 아침 산책으로 기분좋게 하루를 시작했는데 오후에 업계동향 뉴스 기사들을 찾아 보다가 갑자기 급격하게 다운이 되어버렸다. 이 세상이, 그리고 업계가 바쁘게 돌아가고 있는 것과 내가 처한 지금의 현실이 너무 멀고 동떨어지게 느껴지며 내 주위의 사람들은 이제는 나와는 다른 세상에 살고 있어 극복할 수 없는 괴리감과 이질감이 생겨 버려 나 홀로 남은 것 같다. 아파서 아무 것도 못 하는데 그게 다 무슨 소용이 있는지.
평소에 몇 백통씩 쌓여있던 카톡이 이제는 하루에 몇 통 올까 말까 하다. 내 주위 관계에서 이렇게 눈에 띄는 변화만 있을까? 물론 마음으로 느껴지는 변화는 훨씬 많다. 얼마 전 단톡에서만 말하고 갠톡은 전혀 하지 않는 친구에게 갠톡이 왔길래 당연히 용건이 있는 줄 알았는데 나의 손목 안부를 묻는 연락이어서 굉장히 놀랐던 적이 있다. 친구에게 티는 안 냈지만 그렇게 연락을 준 것에 대해 굉장히 고마움을 느꼈다.
언제까지 될지 모를 이 손목 치료 기간 동안 나의 능력도 없어지고 쥐뿔도 남은 게 하나도 없을 때 과연 내 주위에는 누가 남아 있을까? 차도가 더디고 이 기간이 길어질수록 두려움이 점점 더 커진다.
아마 세상에 떠도는 성공사례에는 이 기간을 잘 극복하고 자기 자신을 돌아 보고 채우며 더 열심히 살았다고 나오겠지? 나는 성공사례에는 못 나오려나보다.
아무튼 요즘은 너무 외롭다... 왜 이래 정신차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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