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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방정 일기

200823 | 8월의 긴긴 장마와 집콕, 아이폰SE2로 갈아탐

 이 글은 '등산하는 디자이너'가 음성인식으로 기록하고 에디터가 편집 및 발행하는 글입니다.

 

엄청 오랜만에 써보는 일기! 일기가 뜸할 경우는 멘탈이 아주 나가리 됐던지 아니면 반대로 멘탈이 아주 좋을 때인데 그 동안 몇 번의 위기가 있었지만 꽤 그럭저럭 잘 지내왔다. 여러 가지 일들이 많이 있었는데 몇 가지 기록을 해두어야지.

 


 

핑크돼지 똥꼬에 손가락을 넣으면서 심신의 안정을 찾다^^

 

7월 말까지는 사실 멘탈 상태가 완전 최악이었다. 그 때는 미래와 진로에 대한 불안과 초조함, 그리고 손목을 쓰지 못하는 기간이 길어짐으로써 오는 답답함이 최절정을 찍었었다. 그래서 한동안 하고 싶은 것도 없고 관심 있는 것도 없는데도 뭐라도 할 수 있는 것을 억지로 만들어 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또 찾지 못함으로써 오는 절망감 때문에 마음이 많이 힘든 상태였다.

 

8월 초에 그런 불안감을 한층 내려놓고 마음을 비울 수 있는 계기가 있었다. 간단한 기획 정도의 일을 부탁받은 게 있었는데 손목이 아프고 나서는 손목을 썼을 때 얼마나 아파 올지에 대한 두려움과 디자인 및 커리어와 멀어진 시간들 때문에 자신감이 많이 결여된 상태였어서 일을 제안받는 것도 굉장히 조심스러웠다. 그래도 나의 상황을 이해해주며 마음 편하게 해 보라고 해서 수락을 하고 며칠 혼자 음성 명령으로 리서치를 시작했는데 어쩔 수 없이 손을 많이 쓰게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손목이 아픈 거는 둘째치고, 나의 욕심 때문에 우선순위가 바뀌는 이 상황이 현재로써는 잘못됐다고 느껴졌고 나도 이런 불편한 마음과 몸으로는 일을 진행하더라도 좋은 퍼포먼스를 내기가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고심 끝에 부탁받은 일을 못 하겠다고 거절했는데 그때 내가 처한 현실을 보고 난 후 처음으로 제대로 깨닫게 되었다. '지금은 당장은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리고 아직은 때도 아니다.' 이런 생각이 들면서 그렇게 몇 달 동안 노력해도 안 되던 마음 비우기에, 마음이 만약 깊은 바다라면 바닷물 한 방울 정도 덜어내는 것 같다. 너무 조금인가 ㅎㅎ 데헷

 

정말 다행히도 이런 마음상태일 때 장마가 찾아와서 우산을 들지 못해 집에 있을 수밖에 없던 내가 그 기간에 견딜 수 있었다. 만약 7월달의 장마기간이 겹쳤으면 진심으로 미쳐 가게 됐을지도 모르겠다.

 


 

숨바꼭질 중인 싱싱카

 

그 밖에도 몇 번의 위기가 있긴 했다. 생리 직전과 아빠가 디자인 작업을 맡긴 일이었다. 생리 직전에는 생리통과 함께 축처져버리는 상태였지만 그래도 생리통이 괜찮아지면서 며칠 만에 금방 회복되었다. 근데 생리통이 왜 갈수록 심해지고 기간도 길어지는지 아시는 분...? 보통 하루면 끝났는데 이제는 3일이나 가고 진통제도 4알씩 먹어야 괜찮아진다. 손목 때문에 먹은 강한 진통제 때문에 내성이 생긴 걸까? 탐폰애서 생리컵으로 갈아탈까 고민하고 있다.

 

아빠가 간단하게 부탁한 디자인 작업이 있었는데 이젠 아무리 간단해도 나에게는 간단하지가 않은 모양이다. 거의 반 년만에 디자인 프로그램을 실행시켜서 해보려니 단축키며 작업 순서며 모든 게 낯설었고 아주 잠깐 하는 데도 통증이 심해져 더 이상 진행할 수가 없었다. 그 와중에 아빠는 마음에 안 든다며 수정 요청을 하고... 이 사건으로 디자이너로서의 절망감과 좌절감 때문에 현타가 오지게 와버려서 많이 힘들었다. 그리고 아빠가 디자인 전시를 보러 간다는 나에게 '너 디자인 포기해서 어차피 못하잖아. 뭐하러 보러 가?'라는 실언을 했던 것도 크게 한 몫 했다ㅋ 다 나가주세요 혼자 있고 싶어요....

 


 

 

약 3주는 이 놈의 장마 때문에 아무 데도 가지 못하고 집에서 영상만 주구장창 보는 나날들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장마가 잠깐 주춤했을 때 그동안 못 만났던 친구들을 몰아서 만나려고 외출을 했더니 이상하게 자꾸 꾸미고 싶어졌다. 화장품도 사고 싶고 가방도 사고 싶고. 사고 싶은 거 천지였다. 그래도 올리브영에서 싸구려 립스틱 하나 사는 걸로 잘 막아냈다. 나 좀 철들었나?! 아니면 아프면 돈이 없다는 현실을 이제 깨달은 걸까. 그래도 이번 달에 강제 집콕되는 바람에 돈을 많이 아껴 썼다. 좋은 건지 안 좋은 건지.

 

 

담요도 까만색으로 맞춘 센스 오졌다.

 

친구랑은 가로수길에 갔었는데 역시 가로수길 갔으면 노이에 아트멍 가는 게 국룰이지. 새로운 티를 마셔 봤는데 거의 향초 수준에 아주 향긋하고 깊은 맛이 나서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춥다고 에어컨 좀 줄여 달라고 말씀드렸더니 계속 와서 온도 괜찮냐고 물어봐주시고 담요도 갖다 주시고 친절 대왕. 파란색 반스 신으신 직원 분 최고에요. 역시 실망시키지 않는 노이에 아트멍. 아 그리고 이 날 친구에게 경경이가(친구가 선물해 준 식물) 하늘나라로 떠났다는 소식을 전했다... 사실 떠난지 좀 됐는데 너무 미안해서 말 못하고 있었다... 미안해... 과도한 애정이 화를 불렀다ㅎㅎㅎ 흑흑 역시 나는 식물이랑 잘 안 맞나 보다.

 


 

겨우 장마가 끝나서 이제 나돌아 다니려고 했는데 망할 코로나 때문에 다시 바로 집콕이다. 돌겠네. 장마 기간 동안 집에만 있으면서 자꾸 마음도 허전하고 입도 허하니 군것질을 많이 하고 움직이지를 않아서 몸이 많이 무거워졌다. 이런 나를 알고 장마 끝나면 남자 친구가 런닝이라도 뛰라고 같이 헬스장을 다녀 보자고 했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물 건너갔다. 다시 홈트를 열심히 할 만한 동력을 찾아보려고 하는데 쉽지가 않다.

 

장마 기간 동안 집에만 있었더니 외로울 때가 많았는데 미어캣 꾸릉이 영상을 보면서 잘 버틸 수 있었다. 요즘 나만의 웃음포인트랄까. 꾸릉이를 보면서 동물들을 왜 키우는지 알 것 같았다. 나도 집에 있는 시간이 길다 보니 동물을 키워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동물을 키울려면 손을 열배는 더 써야 될 것 같아서 바로 마음을 접었다. 구름이나 보면서 대리만족 해야지. 꾸릉이 귀여워 사랑해.

 


 

이 때까지만 해도 앞으로 얼마나 열받을 지는 상상도 못 했지.

 

그리고 가장 큰 이슈라고 할 만한 일!! 바로바로 아이폰 11프로를 버리고 SE 2로 갈아탔습니다. 소리 질러 야아아아아아!

 

 

 

과자 완충제와 함께 온 아이.

 

손목이 아파지면서 가벼운 핸드폰으로 다시 바꿔야겠다는 생각만 어렴풋이 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언니가 미국에서 쓰던 SE인 줄 알았던, 사실은 아이폰5를 보내줬다. 그런데 간과한 게 있었지... 나는 엘지유플러스를 쓰는데 이 통신사에서는 아이폰 5는 유심을 지원하지 않는다네ㅎㅎㅎ 띠용

 

그래서 일단 아이폰 5는 포기했는데 한 번 아이폰 5를 들어봤더니 11프로는 상상도 안될 만큼 너무너무 가벼웠다. 거의 깃털수준. 그래서 갑자기 아이폰 무게를 비교해보고 바로 SE 2로 갈아탔다.

 

근데 원래 핸드폰 바꾸고 남자친구랑 영화를 보러 가기로 했었는데 핸드폰 데이터 옮기는 시간이 생각보다 오래 걸려서 결국 영화를 못 봤다ㅎㅎ 나 때문에 비 온다고 차까지 끌고 출근했는데... 나는 이렇게 대역죄인이 되었다. 사실 11프로 바꿀 때도 오래 걸려서 데이트에 늦었었다. 깔깔 다음부터는 무조건 핸드폰 바꿀 때에는 반나절을 잡기로 다짐했다.

 

 

 

케이스도 깜찍한 걸로 준비해 보았습니다.

 

사실 이게 중요한 게 아니구요. 애플 관계자들 다 나와. SE 2 만든 사람 나와 한 대만 맞자. 아니 열대. 일단 배터리가 옛날에 쓰던 아이폰 6보다 더 빨리 닳는다. 그리고 발열이 미쳤다. 영상을 10분만 봐도 바로 뜨거워지기 시작한다. 그래서 산 지 일주일도 안 됐을 때 AS센터 갔었는데 당연히 애플이 기기 결함을 인정할 리가 없지요^^^^ 자꾸 뜨거워지는 핸드폰 때문에 밖에서 돌아다니면서 손목 찜질도 할 수 있겠다. 아주 좋구만ㅎㅎㅎㅎ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음성 명령을 개 못 알아듣는다ㅋ 영상이 나오고 있을 때 11프로 의 경우 소리가 좀 크면 음성 명령도 크게 외치면 알아 들었는데, 이 새끼는 소리가 엄청 희미하게 나오고 있을 때 아무리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도 절대 음성 명령 인식을 못한다. 진짜 답답해 뒤지겠다. 11프로 쓸 때보다 손목 부담은 덜 하지만 오히려 음성 명령을 못 알아 들어서 손을 더 많이 쓰게 되는 반대 상황이 생겨 버렸다. 젠장할 바꾸는 의미가 없잖아? 아냐 그래 솜털이니까 참자.

 

아무튼 SE 2 절대 사지 마세요. 누가 공짜로 준다고 해도 절대 쓰지 마.

 


IR 얘기하면서 밥먹고 있었는데 소름돋는 옆건물;;

 

그래도 이 날 영화를 못 본 대신 연애 시작하고 처음으로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갔는데 내가 2015년에 딘앤댈루카에서 먹어보고 그 뒤로 파는 곳을 못 찾아 한 번도 못 먹었던 푸타네스카 파스타를 먹은 뜻깊은 날이었다. 여기 내가 한국에서 먹어 본 파스타 중 리얼 이탈리아에서 먹어본 파스타를 가장 비슷항 맛이었다. 넘 맛있어서 접시 핥아먹음.

 

 

 

천우희 왜 이렇게 이뻐...?
시리한테 러닝(learning) 기능이 있는 걸까...?

요즘에는 넷플릭스에서 <멜로가 체질>을 정주행 했는데 사실 옛날에 본방 할 때 첫 화 보고 너무 이상하고 안재홍이 비호감이어서 그 뒤로 안 봤었는데 다시 보니까 연애할 때 엄청 공감되는 주옥같은 대사들도 많고 천우희랑 안재홍 귀엽고 예쁘고 매력 폭발. 안 끝났으면 좋겠네 드라마...

 

 

 

네이버 페이 리뷰 쓰고 포인트 받겠다고 사진 찍어놓고 정작 귀찮아서 안  썼다...

그리고 이놈의 헤어라인에 나는 왕드름들 처리하는 법 아시는 분? 친구가 김정문 알로에 추천해줘서 발라봤는데 확실히 손목 보호대 때문에 생긴 땀띠에는 효과가 있는데 여드름은 영 효과가 안 나타난다. 갑자기 왜 여기에 여드름이 폭발하는 거야. 아무것도 바꾼 게 없구만. 평생 알지 못할 피부 알고리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