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입방정 일기

200717 | 불편한 근황 토크, 그래도 사람을 만나고 싶은 나는 어쩔 수 없는 닝겐

이 글은 '등산하는 디자이너'가 음성인식으로 기록하고 에디터가 편집 및 발행하는 글입니다.

눈길을 사로잡기 위한 어그로성 돈까스 사진. 밖에서 사먹어 본 돈까스 중에 제일 맛있었다 츄릅.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들이 요즘 뭐 하고 지내냐고 물어보면 할 말이 없다. 이것저것을 하고는 있는데 딱히 뭘 하고 있다고 말 할 것은 없네? 그래서 그런 질문이 나올 때마다 머쓱해진다. 보통 블로그 업로드하고, 블로그 컨텐츠 쓰고, 신문 읽고, 자료 좀 보고, 유튜브랑 넷플릭스 좀 보고 운동하면 하루가 다 가 있는데, 그 질문을 받으면 그냥 쉰다고 할 뿐 어떻게 말할 만한 게 없다. 얼마 전까지는 등산 다닌다고라도 말했는데 요즘엔 등산도 안 다니니...

 

그렇게 많이 가깝진 않은 사람들은 쉰다고 하면 엄청 부럽다라는 반응을 보통 보이는데 당연히 인사치레로 그냥 하는 말이겠지만 아파서 아무것도 못 하고 지낼 수 밖에 없는 나로서는 그렇게 썩 기분 좋은 대화는 아니다. 그런데 거기다 대고 정색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뭐 백수가 최고죠 이런 식으로 하하호호 하며 대답하는데 사실 속으로는 마음이 편치 않다. 하지만 당연히 내가 손목이 어느 정도로 아픈지도 모르고 이걸로 인핸 생활에 어떤 불편함을 겪고 있고, 직업까지 바꿔야 할 운명에 놓여있다는 사실을 그들이 알 턱이 없으니 그냥 나 혼자 안고 가는 문제다.

 


 

눈길을 사로잡기 위한 어그로성 사진 2. 고디바 초코쿠키인데 프리미엄 빈츠 맛. 빈츠 덕후는 꼭 먹어보세요.

얼마 전에는 처음 다녔던 회사 팀원을 만났는데 내가 다닐 때의 격동의 시기는 조금 마무리되고 안정적인 분위기에서 잘 다니고 있는 모습을 보니 다행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했다. 내가 다닐 때는 하지 못했던 일들을 지금은 할 수 있는 상태가 된 것도 그렇고 나는 현재 디자이너로서 할 수 있는 일이 현재 없고, 또 앞으로도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보니 같은 업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그래서 이 날도 분명히 만났을 때는 즐거웠는데 집에 돌아오는 길에는 갑자기 너무 속이 상해서 눈물이 왈칵 나오려 했던 것을 겨우 참고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집 오는 길에 쌀과자를 잔뜩 사와서 열심히 우걱우걱 먹어댔다.

 


 

엄마가 울적한 날 눈치채고 끌고 나가서 사준 김밥. 맥주 사탕 후식까지 완벽했다.

쉬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사회 생활을 못하는 데에서 오는 외로움이 커져서 가끔 사람을 만나는 시간이 굉장히 즐거운 반면 한편으로는 나의 불안감과 착잡함도 같이 진폭이 되는 것 같다. 그래서 나도 지금 이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볼까 하고 여러 가지 온라인 강의를 찾아봤는데 딱히 끌리는 게 없었다. 괜히 찾느라 손만 많이 쓰고 흥미로운 것도 없다는 점이 다시 날 무기력하게 만들 뿐이었다.

 

친구가 방송 보조 출연 이런 알바를 추천해줘서 좀 찾아봤는데 취업한 이후로 내 생애 알바는 진짜 절대 다신 하고 싶지 않다 생각했었는데 또 알바를 찾아 보자니 현타가 제대로 왔다. 갈수록 음성명령에 대한 인내심의 한계도 끝에 다다르고 있어 점점 위기다. 이직을 준비하기 시작할 때 최대 8월까지만 쉴 예정으로 생각해 둔 생활비도 점점 바닥을 보이고 있어 심난하다.

 

요즘 나의 힐링타임 라디오나 들으며 잠이나 자야지. 라디오 안 들으면 잠이 잘 안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