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등산하는 디자이너'가 음성인식으로 기록하고 에디터가 편집 및 발행하는 글입니다.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들이 요즘 뭐 하고 지내냐고 물어보면 할 말이 없다. 이것저것을 하고는 있는데 딱히 뭘 하고 있다고 말 할 것은 없네? 그래서 그런 질문이 나올 때마다 머쓱해진다. 보통 블로그 업로드하고, 블로그 컨텐츠 쓰고, 신문 읽고, 자료 좀 보고, 유튜브랑 넷플릭스 좀 보고 운동하면 하루가 다 가 있는데, 그 질문을 받으면 그냥 쉰다고 할 뿐 어떻게 말할 만한 게 없다. 얼마 전까지는 등산 다닌다고라도 말했는데 요즘엔 등산도 안 다니니...
그렇게 많이 가깝진 않은 사람들은 쉰다고 하면 엄청 부럽다라는 반응을 보통 보이는데 당연히 인사치레로 그냥 하는 말이겠지만 아파서 아무것도 못 하고 지낼 수 밖에 없는 나로서는 그렇게 썩 기분 좋은 대화는 아니다. 그런데 거기다 대고 정색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뭐 백수가 최고죠 이런 식으로 하하호호 하며 대답하는데 사실 속으로는 마음이 편치 않다. 하지만 당연히 내가 손목이 어느 정도로 아픈지도 모르고 이걸로 인핸 생활에 어떤 불편함을 겪고 있고, 직업까지 바꿔야 할 운명에 놓여있다는 사실을 그들이 알 턱이 없으니 그냥 나 혼자 안고 가는 문제다.
얼마 전에는 처음 다녔던 회사 팀원을 만났는데 내가 다닐 때의 격동의 시기는 조금 마무리되고 안정적인 분위기에서 잘 다니고 있는 모습을 보니 다행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했다. 내가 다닐 때는 하지 못했던 일들을 지금은 할 수 있는 상태가 된 것도 그렇고 나는 현재 디자이너로서 할 수 있는 일이 현재 없고, 또 앞으로도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보니 같은 업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그래서 이 날도 분명히 만났을 때는 즐거웠는데 집에 돌아오는 길에는 갑자기 너무 속이 상해서 눈물이 왈칵 나오려 했던 것을 겨우 참고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집 오는 길에 쌀과자를 잔뜩 사와서 열심히 우걱우걱 먹어댔다.
쉬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사회 생활을 못하는 데에서 오는 외로움이 커져서 가끔 사람을 만나는 시간이 굉장히 즐거운 반면 한편으로는 나의 불안감과 착잡함도 같이 진폭이 되는 것 같다. 그래서 나도 지금 이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볼까 하고 여러 가지 온라인 강의를 찾아봤는데 딱히 끌리는 게 없었다. 괜히 찾느라 손만 많이 쓰고 흥미로운 것도 없다는 점이 다시 날 무기력하게 만들 뿐이었다.
친구가 방송 보조 출연 이런 알바를 추천해줘서 좀 찾아봤는데 취업한 이후로 내 생애 알바는 진짜 절대 다신 하고 싶지 않다 생각했었는데 또 알바를 찾아 보자니 현타가 제대로 왔다. 갈수록 음성명령에 대한 인내심의 한계도 끝에 다다르고 있어 점점 위기다. 이직을 준비하기 시작할 때 최대 8월까지만 쉴 예정으로 생각해 둔 생활비도 점점 바닥을 보이고 있어 심난하다.
요즘 나의 힐링타임 라디오나 들으며 잠이나 자야지. 라디오 안 들으면 잠이 잘 안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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