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등산하는 디자이너'가 음성인식으로 기록하고 에디터가 편집 및 발행하는 글입니다.
오늘은 아침부터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어제 분명히 시리한테 알람 맞추라고 말하고 잤는데 왜 갑자기 새벽에 깨우고 난리니 이 멍청한 시리 새캬. 그나마 조금 희망을 가지고 갔던 재활의학과에서도 생각보다 더 희망적이지 않은 이야기를 들어서 눈물이 나올 뻔 했다. 그래도 좋은 선생님께서 환자 마음 다치지 않게 따뜻하게 대해 주셔서 눈물 안 쏟고 진료를 잘 마칠 수 있었다. 진료 끝나고 엄마랑 남자친구한테 전화해서 진료결과 얘기할 때는 약간 울컥해서 잠깐 위기가 있었지만 그래도 이것도 좋은 선생님 덕분에 위기를 잘 넘겼다.
그런데 저녁에 집에서 엄마랑 진료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던 중 엄마가 빨리 디자인 포기하고 다른 길을 찾아보라고 얘기하는데 '포기'라는 단어에서 나의 눈물 버튼 온!! 20년 동안 이 길만 생각했는데 그게 그렇게 쉬운가. 내가 절대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포기라는 말을 들으니 갑자기 너무 서럽고 속상해서 소리 없이 눈물 광광 우럭다. 그래서 그런지, 아님 오늘 라떼가 맛있는 집에서 큰맘 먹고 라떼를 마셨더니 마실 땐 행복했는데 소화가 안 되어서 그런지 카페가 알래스카처럼 추워서 그런지 기운도 없고 컨디션도 영 별로인 하루다.
엄마가 아무 걱정 없이 쉴 때 하고 싶었던 거 없냐고 물어봤는데 오랜만에 떠올려봤더니 미식 여행 다니면서 맛있는 거 먹는 게 내 꿈이다. 맛있는 거 먹는 게 최고지. 안 그래도 입맛도 까다롭고 이것저것 해 먹는 거 좋아하는데 손목 때문에 요리 도 못해 먹고 주어진 음식만 아무 소리 못하고 먹으려니 이것도 힘들게 한다. 그래도 멍청한 시리 새키가 못 알아듣는 것 보다 힘든 건 없지. 듣고 있냐 이 시리야? 잘 해라 니. 오랜만에 아는 선배님도 만나 뵙고 좋은 이야기도 나누고 라떼도 아주 맛있어서 원샷 때리고. 마음은 힘들었지만 소소하게 좋은 하루였지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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