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입방정 일기

200619 | 우울주의, 드디어 본 콜미바이유어네임

이 글은 '등산하는 디자이너'가 음성인식으로 기록하고 에디터가 편집 및 발행하는 글입니다.

본문과 상관없는 어그로성 사진... 배고프다....

 

계획을 다시 열심히 짠 지 3일 만에 엄청 무기력해지고 우울감도 심해졌다. 그리고 자꾸 피로감이 있어서 밤에도 그냥 자버리는 바람에 일기도 소홀하게 쓰게 되었다. 기운이 있고 활동적인 에너지가 있어야 일기도 자주 쓰는 게 되는데 요즘은 그러지 못했다.

 

유튜브도 덜 보기로 마음 먹었었는데 며칠 만에 바로 실패하고 이번 주에 손목도 폭주 중이다. 그래서 그런지 계속 얼얼한 느낌이 있다. 유튜브에서는 슬픈 다큐들을 많이 봤는데 대부분 아픈 아이들 영상을 많이 봐서 그런지 이게 요즘 내 감정에 영향을 많이 끼쳤던 것 같다. 보통 이런 영상을 보면 슬프긴 해도 나도 최선을 다해서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야지 하는 마음을 먹게 되는 거 아닌가? 왜 나는 정반대로 가는 거지? 당분간 이런 영상은 자제해야겠다.

 

손목은 계속 얼얼한데 내가 답답함을 참을 수 있는 선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그래서 이제는 얼얼한 정도는 평생 가지고 살아야 되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계속 든다. 속상하기도 하고 아마 힘들긴 하겠지만 이게 현실이면 그냥 받아들이고 살아 가야 되지 않을까. 하지만 받아들이고 산다고 해도 어떻게 먹고 살아가야 할지는 아직 오리무중이다. 디자인은 둘째 치고 내가 할 수 있는, 그리고 나에게 맞는 일을 다시 찾을 수만 있어도 아주 행운일 것 같다.

 


 

며칠 전에는 영화관에서 꼭 보고 싶었던 <Call me by your name>이 재개봉한 것을 알게 되어 바로 보러 갔다. 코로나 때문에 걱정되긴 했는데 코로나 때문인지 예매한 사람이 한 5명 정도 밖에 없어서 이건 카페보다 안전한데? 라는 생각이 들어 바로 예매했다. 예전에 한 달 동안 영화만 보던 시절에 이 영화 개봉 날짜에 맞춰서 한참 전에 미리 예매해놓고 오매불망 영화 보러 갈 날만 기다렸는데 조조로 예매해놔서 당일 아침 너무 피곤한 바람에 예매를 그냥 취소했었다. 나중에 집에서 영화를 다운받아서 보며 그때 예매 취소한 나 자신이 너무 원망스러웠다.

 

아무튼 1월 초에 영화관 가서 영화를 본 이후 처음 영화관을 간 거였고, 백수의 묘미인 평일에 조조 영화 한편 때리는 재미를 오랫동안 즐기지 못해 아쉬웠던 터라 아주 설레는 마음으로 볼 수 있었다. 더군다나 안 그래도 좋아했던 영화를 관객도 별로 없는 영화관에서 보니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서 그 다음 날 또 보려고 예매를 했다. 심지어 요즘 목금토일은 6천원 할인이어서 4천원에 볼 수 있었기 때문에 망설임 없이 예매했는데 막상 그 다음 날이 되니 컨디션이 별로 좋지 않아서 결국 또 예매를 취소했다.(이 날 아침부터 슬픈 영상 보고 눈물 광광 흘렸더니 기분이 매우 좋지 않았다.) 처음 영화관에서 보고 온 다음 날 한 번 더 본 후 영화 리뷰도 오랜만에 쓰고 싶어서 종이에 연필로 간단하게 메모도 해놨었는데 보러 가지를 않아서 쩝.... 쓰게 될지 잘 모르겠네.......

 


 

그저께 김나영이 유튜브 수익금을 밀알복지재단에 기부한다는 영상을 보고 안 그래도 앞으로 손목 때문에 시설에서 직접 봉사하는 일은 못 할 것 같아 취업하면 후원을 해야 할까 고민 하던 차에 그 영상으로 인해 밀알복지재단에 대해서 궁금해졌다. 그런데 소름 돋게 바로 다음 날 집 근처에서 밀알복지재단이 홍보를 하고 있어 이것저것 여쭈어 보려고 질문을 했다가 일회성 후원까지 하게 되었다. 나는 질문만 하려고 했는데...... 그 분은 영업을 하시게 되면 영업왕이 되실 수 있지 않을까^^ 후원 최소 금액이 2만원부터 였는데 기타로 선택하고 만원만 했다. 죄송합니다 껄껄. 제가 손목 빨리 나아서 돈 벌어서 결연으로 많이 후원 할게요...

 


 

 

너무 우울한 얘기만 많이 하다 보니까 웃긴 얘기를 좀 해보면, 웃기기 보단 약간 웃픈 이야기긴 한데, 얼마 전에 전 회사 동료와 카톡을 하다가 전송버튼 누르려고 16을 영어로 외쳤는데 식스틴이 아닌 X팅이 전송 되어 버렸다. 정말 다행히도 바로 그 카톡이 전송되기 직전에 내가 손목 때문에 어쩌구저쩌구 설명을 하며 이상한 야한 영어가 튀어 나갈 수도 있다고 설명을 했기 망정이지 안했으면 와우....... 심지어 그 분 유부남인데 정말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다행히 바로 캐치를 잘 해주셔서 민망하지 않게 넘어 갔지만 그게 전송된 카톡을 본 순간 뇌정지 왔었다. 친한 친구들도 나의 아무말 대잔치 카톡을 불편한 기색을 하지 않고 재밌게 봐줘서 그나마 다행이다. 휴

 


 

내가 원래 외로움과 불안감을 잘 느끼는 성향이라 아예 그렇지 않게 잘 지내야지 이렇게 각오를 하면 그렇지 못 했을 때 절망감이 더 커지고 더 안 좋은 방향으로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아 어느 정도는 나의 그런 성향을 스스로가 받아들이고 그런 날을 점점 줄여 갈 수 있도록 해야겠다. 예를 들어 요즘에는 이틀은 괜찮은 상태였다가 3일은 지구 내핵까지 감정의 구렁텅이에 빠져 있다면, 앞으로는 괜찮은 상태 일수를 3일, 4일 점점 늘려 안 좋은 상태인 날을 삼 3일, 이틀 이렇게 줄여 갈 수 있도록 해봐야겠다. 다음 주에는 내가 무척 걱정 중인 큰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어 마음이 많이 무거운 상태라 다음 주를 건너뛰고 바로 그 다다음 주가 돼버렸으면 하는 심정이다. 제발 다음 주를 무사히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 오늘도 기운이 넘치지는 않았는데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오랜만에 같이 시간을 보내는 날이라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