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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방정 일기

200526 | 잠이 안 와 아침 일찍 쓰는 일기

이 글은 '등산하는 디자이너'가 음성인식으로 기록하고 에디터가 편집 및 발행하는 글입니다.

 

왜 이렇게 새벽부터 잠이 안 온담. 머리를 단발로 잘랐더니 스네이프 교수가 됐는데 자고 일어났더니 실험실 실패한 아인슈타인 머리가 되었다. 스네이프가 실험에 실패했나 봄.

 

 

 

 

그저께 주말에는 할아버지를 뵈러 다녀왔는데 가서 아이폰으로 할아버지 인생샷 찍어 드렸다. 아이폰 무거워서 항상 어디 갖다 버려버리고 싶은데 유일하게 할아버지들 인생샷 찍어드릴 때만 잘 샀다는 생각이 든다. 할아버지한테 같이 셀카 찍자고도 했더니 할아버지가 내 어깨에 얼굴을 착 갖다대셨다. 할아버지 셀카 좀 잘 아시는데?! 점심 먹은지 두 시간 됐는데 무조건 오늘 할아버지가 사주는 짜장면 먹고 가야한다고 해서 뜻하지 않게 저녁까지 먹고 왔다. 그리고 다음에 올 때는 언니나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모시고 오라면서 절대 혼자서 오지 말라고 하셨는데 짜장면도 그렇고 왠지 할아버지 만의 마지막을 준비하고 계신 것 같아 마음이 안 좋았다.

 

할아버지댁 마당에 엄청 큰 수국나무의 가지가 휘어질 정도로 수국이 활짝 폈는데 나는 왜 이 나무를 오늘 처음 봤지? 엄마 말로는 내 돌잔치 때 할머니가 저 나무에서 수국을 잔득 가져 오셨어서 내 생일 하면 수국이 떠오른다고 하는데 나는 기억이 없다. 엄마말 듣고 돌잔치 때 사진 보니까 돌잔치 상 위에 정말로 수국이 잔뜩 있었다. 너무 탐스럽게 꽃이 펴있길래 집에도 좀 가져 가자고 열심히 베서 집까지 가져왔는데 개미랑 송충이 폭탄이라 바로 쓰레기통행 쩝...

 


www.youtube.com/watch?v=KigelzrIZzs&t=88s

 

어제는 오전에 친구랑 우면산에 갔다가 오후에 약속이 있어서 풀세팅을 하고 기다렸는데 약속이 갑자기 취소 되어버렸다. 회사 다닐 때 입던 옷도 오랜만에 입고 볼터치까지 하고 신나서 기다리다가 갑자기 나갈 데가 없어졌더니 울적해져서 급작스럽게 간식 폭주하며 나의 사랑 일주어터 정주행을 했다. 일주어터 모르시는 분들 지금 큰 실수 하시는 거에요. 당장 가서 우리 소중한 주연언니 깜찍이 소다 나만의 소주 얼매나 귀엽고 사랑스러운 지 좀 가서 다들 봐주세요. 요즘 이 언니 보면서 혼자 낄낄대고 긍정에너지 받아가고 있다.

 

 

 

 

그리고 역시 울적할 땐 맵고 짜고 단 거지. 회사에서 스트레스 받을 때마다 사먹던 베트남 음식점에서 사천 해산물 팟타이에 고수 잔뜩 추가해서 <추억이 방울방울> 애니메이션 보면서 먹었다. 지금 생활비 다 써서 안 사먹으려고 했다가 불쌍해보였는지 엄마가 사주겠다고 해서 일초만에 주문함 ㅎㅎㅎㅎ 돈이 없을 땐 엄마 앞에서 불쌍한 연기를 좀 해야겠다^^ <추억이 방울방울> 오랜만에 봤더니 역시 가슴이 넘나 몽글몽글해진다. 하지만 지금 다시보니 가부장적인 내용이 많아서 조금 불편하기도 하다. 특히 아빠가 밥상머리에서 신문 쳐보시다가 '밥 줘' 이러는 거 진짜 꼴불견이다.

 

 

 

오늘 우면산에서 만난 청설모. 냅다 뛰어가는 뒷다리 근육이 내 벅지보다 튼실해 보이는고만.

 

괜히 새벽에 잠 안와서 일주어터 팬케이크 리뷰영상 보다가 팬케이크만 먹고 싶어져버렸다. 망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