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입방정 일기

200507 | 돌겠네 진짜

이 글은 '등산하는 디자이너'가 음성인식으로 기록하고 에디터가 편집 및 발행하는 글입니다.

나는 분명 "아 했어?"라고 하려고 했는데... 멍청한 시리놈.

 

오늘 정말 돌아버리는 줄 알았다. 손목을 안 쓰는 생활에 드디어 한계가 찾아온 것 같다. 어제부터 축축 처지고 무기력했는데 오늘 절정을 찍었다.

 

하고 싶은 것도 없고 재밌는 것도 없고 손 때문에 할 수도 없으니 진짜 미치겠다. 운동도, 영상 보는 것도, 책 보는 것도, 누워서 쉬는 것도 다 너무 노잼. 지루하고 답답하고 뭘 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특히 며칠 동안 점점 한계가 찾아오면서 답답해서 핸드폰을 조금씩 만졌더니 어제부터 손목 통증이 심해져서 오늘 현타가 제대로 왔다. 답답해 디지겠는데 그렇다고 손목을 좀 쓰면 또 바로 아파 오니 뭘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그래서 오늘은 책상에 멍하게 앉아서 속으로 진짜 돌아버리겠다 라는 말을 몇 번이나 했다. 그래서 영화를 보러 가볼까 했더니 하도 계속 영상만 틀어놔서 딱히 땡기지도 않고 어디를 가볼까 해도 기운도 안 나고 딱히 가고 싶은 곳도 없었다.

 

그래서 오늘 하루종일 아무것도 안 하고 노잼 넷플릭스만 틀어 놓고 있다가 남자친구에게 너무 울적하다고 했더니 바로 나를 불러내어 입에 고기를 넣어줬다. 아주 현명한 남자친구의 자세를 가지고 있구나^^ 평소에 많이 보지도 못하고 자주 싸우지만 돌이켜보면 여러 가지 일로 인해 내 마음이 한계에 다다랐을 때는 항상 남자친구가 옆에 있어줬던 것 같다. 오늘도 야근하고 피곤할 텐데 바로 내 기분을 달래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무척 고마웠다. 그리고 그렇게 잠깐이나마 만나고 돌아왔더니 조금 기운이 나서 집에 와서 복근 운동도 조금 해보았다.

 

내일은 기분 전환 삼아 오전에 우면산에 천천히 다녀와 봐야겠다. 나는 산에 갈때 오로지 정상만 향해 달려가는 편이라 정신이 없어서 경치고 나발이고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갔는데 이제는 좀 주위도 돌아보며 올라가는 연습을 해보아야겠다. 그러니까 내일 오전에 제발 비 좀 오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