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등산하는 디자이너'가 음성인식으로 기록하고 에디터가 편집 및 발행하는 글입니다.
요즘 나는 두 손을 못 쓰고 있다. 그 말은 디자인 작업뿐만 아니라 일상생활도 제대로 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나는 고등학생 때부터 입시 미술을 했고 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2018 년도부터 디자이너로 일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코로나가 심각한 상황이 되기 전이었던 2월에 다니던 회사의 일과 잘 맞지 않아 이직을 준비하기 위해 회사를 그만둔 상황이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이직을 준비하면서 나의 원래 계획으로는 나의 포트폴리오 계획과 합이 잘 맞는 디자인 에이전시로 이직을 하여 최소 2년 정도 디자인 경력을 빡세게 쌓을 계획이었고 운이 좋게도 함께 일하자고 한 회사가 있어 4월 말부터 합류하기로 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3월 말부터 갑자기 손목이 너무 아파 오기 시작했다. 사실 갑자기는 아니었다. 나는 이미 대학교 2학년 때부터 손목보호대가 없으면 작업을 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대학생일 때 너무 많은 과제로 인해 항상 밤샘 작업을 하기 일쑤였고, 당시 데스크탑이 아닌 노트북을 사용했기 때문에 2키로짜리 노트북을 매일 들고 등하교하였고 거치대도 없이 트랙패드를 이용해서 작업을 했다. 아르바이트도 커피숍이나 창고물류 정리 등 손을 많이 쓰는 아르바이트를 주로 했었고 한참 운동한다고 헬스장도 열심히 다녔다. 그렇게 오른쪽 손목이 아파 오기 시작했었고 중간중간 동네 정형외과에서 물리치료를 받을 때가 종종 있었다. 나는 단순히 손목터널증후군인 줄로만 알고 그냥 직업병이다 생각하고 손목보호대만 한 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는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굉장히 안일했고 나의 건강과 몸을 나 스스로 혹사시키면서 제대로 돌보지 않은 것 같아 조금 후회가 남는다. 그만두기 직전 회사의 대표님께서 손목보호대를 차고 작업하는 나에게 항상 손목 관리를 잘 하라고 몇 번을 주의를 주셨었는데 약 6년 동안이나 이미 아팠던 나는 그 말씀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심각해지고 나서야 그때 해주셨던 말씀이 떠오르면서 씁쓸하기도 하고 걱정해주신 그 마음이 참 감사하게 여겨진다. 하지만 그땐 저도 제가 이렇게 될지 몰랐었요 대표님... 쩝...^^
퇴사 직후 3월까지는 코로나 때문에 어디 나가지도 못하고 집에 콕 박혀서 이직 준비를 하며 쉬고 있었다. 그때만 해도 4월 말부터 일 할 거라는 생각에 4월까지 무엇을 하며 지낼지 고민하며 마음 편히 지냈다. 그런데 며칠 컴퓨터를 심하게 사용했더니 갑자기 양쪽 손목이 평소 작업을 할 때 시큰거리는 정도보다 훨씬 시큰거리게 되었고 작업을 하지 않을 때조차도 계속 통증이 있었다. 그래서 맨 처음에는 한의원에 갔다가 큰 정형외과 그리고 대학병원까지 가게 되었고 결국 4월 말 입사 예정이었던 곳에는 입사 취소 의사를 전달하였다. 지금은 언제 좋아질지 모르는 두 손목을 데리고 기약없는 기다림 속에 서있다.
손을 계속 못쓰게 될까봐 너무 불안하고 절망적이지만 그래도 희망을 가지고 이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것들이 무엇이 있을까 끊임없이 고민을 하고 있는 요즘이다. 그리고 그중 하나가 음성인식으로 글을 쓰는 것이고 또 하나는 걷는 것이다. 기록을 하지 않으면 이 기약없는 시간이 너무 무의미하고 가치 없게 느껴질 것 같아 블로그에 음성인식으로 글을 써서 기록을 남기고 또 나와 같은 상황에 있을지 모를 사람들과 서로에게 힘이 되어 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블로그를 시작해 보기로 했다. 사실 네이버 블로그는 개인적으로 가까운 사람들과만 아주 사적인 이야기들을 주로 썼었는데 좀 더 공개적으로 글을 써보고 싶어 브런치를 신청했다가 떨어져서 재수 없어서 티스토리로 왔다. 내 맘대로 쓸 거다 이 브런치 놈들아. 앗 사실 내 블로그는 좀 거칠고 의식의 흐름대로 욕설이 난무할 수 있으니 주의 바랍니다. 글은 전부 내가 음성인식으로 작성하되 에디팅과 업로드 및 전반적인 블로그 관리는 언니가 도와줄 예정입니다. 우리 언니 최고야 사랑해. 따라서 오타도 많고 업로드도 좀 느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손을 못쓰는 나에게 허락된 유일한 마약인 걷기는 걷는 동안은 손을 못쓴다는 생각을 잠시나마 지울 수 있고 내가 할 수 있다는 것이 있다는 것에 나를 조금이나마 쓸모 있는 사람으로 느끼게 해준다. 그래서 웬만하면 매일 만보를 채우려고 하고 있고 등산도 주 2회 정도는 하려고 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나는 태어나서 등산이라고는 21살에 전남친에게 끌려가 죽다 살아나 순댓국 먹은 기억밖에 남지 않은 청계산 등산이 전부이다. 나는 세상에서 운동을 제일 싫어하고, 다리에 근육이라고는 트레이싱 지처럼 얇고 투명한 사람이라는 점이다. 아무튼 요즘에 내 생활에 유일한 활력소인 걷기를 이 블로그의 주요 콘텐츠로 담아 보려고 한다.
그밖에도 손목 건강에 좋은 제품들이나 내가 사랑하는 속옷 등을 리뷰하고 아플수록 잘 먹어야 하니^^ 식료품이나 식당 등도 리뷰를 해보려고 한다. 참고로 나는 채식 위주의 식단을 지향한다. 이는 내가 아주 오래 앓고 있는 자반증과도 연관되어 있어 나중에 기회가 되면 이 이야기도 더 풀어 봐야겠다.
그리고 내 평생 꿈이었던 디자인 일을 계속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겠지만 관련 도서를 읽으면서 감을 잃지 않고 성장하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리뷰도 하려고 한다.
요약하자면 나는 디자이너인데 손목을 못 쓰는 상태이므로 이 블로그에는 음성인식으로 손목을 안 쓰고 할 수 있는 모든 컨텐츠와 정보를 올리겠다는 소리다 이 말이다. 휴 음성인식 개 답답해 끝.
2020.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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