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등산하는 디자이너'가 음성인식으로 기록하고 에디터가 편집 및 발행하는 글입니다.
어제 바지걸이에 옷을 걸다가 엄청난 사실을 알게 됐다. 몇 개월 간의 치료 기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면서 어떤 동작이나 행위를 할 때 손목에 무리가 오거나 통증을 유발하는지 정확히 깨닫게 되었다.
크게 두가지다. 하나는 손가락 끝에 힘이 들어갈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특정 각도로 손목을 고정하고 힘이 들어간 채 그 자세를 오래 유지하여 반복하는 경우였다.
통증 원인의 예를 떠올려 보면,
책장 넘기기, 손끝에 반복적으로 힘이 들어간다.
바지걸이에 옷 걸 때 집게를 누르면 손끝에 힘이 들어간다.
머리 감을 때 손끝에 힘을 주고 머리를 문지른다.
젓가락질 할 때 특정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고 특정 자세로 몇 십 분을 반복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비 오는 날에는 우산을 최대한 잡지 않더라도 특정 자세로 우산을 고정하려고 힘을 준 채 몇 십 분 동안 그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핸드폰이나 아이패드를 조작할 때 역시 같은 자세를 고정한 채 반복적으로 움직인다.
컴퓨터 역시 고정된 자세로 손끝에 계속 힘이 들어간다.
...
엄마가 나한테 재활의 의미로 아파도 뭐라도 하라며 나한테 빨리개기를 맡긴 적이 있었는데 사실 별거 없이 슥슥 하면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은근히 손목에 무리가 왔다. 그 당시에는 엄마가 나를 좀 꾀병처럼, 그리고 빨래개기 싫어서 핑계대는 것처럼 여겨서 그냥 그러고 넘겼었는데 지금 돌이켜보니 빨래를 개려면 살짝이라도 손끝에 힘을 줘야되고 그 행동을 계속 반복해야 한다. 그래서 아팠던 거였다.
지난 주에 한의원에서 침을 맞으면서 의사 선생님이 어떨 때 아프냐고 물어보셔서 이것저것 아팠던 경험을 설명드렸었는데 의사 선생님이 '아 뭔지 알겠다~' 라는 반응을 보였다. 나는 도대체 뭘 알겠다는 건지 이해가 안 되기도 하고 침을 맞고 있는 중이어서 그냥 넘겼었는데 이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서 그 때 의사 선생님한테 말씀드렸던 통증이 유발되는 상황들에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유레카!! 띠용띠용ㅇㅅㅇ
아픈지 5개월이나 되어서야 정확히 내가 언제 어떻게 통증이 생기는지 혹은 악화되는지를 알게 되었다. 아니 놀랍군. 그 전에는 단순히 뭐 손목을 많이 쓰면 혹은 무거운 것을 들면 이 정도로 두루뭉술하게만 원인을 생각했었는데.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은 행위가 얼마나 있을까 싶다. 그래서 어떻게 평소에 생활해야 될지, 치료는 어떻게 해야 될지에 대한 해결책이 나온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내가 나의 병을 이해하는 데 있어 한 단계 앞으로 나아간 기분이 든다. 그 동안 원인 모를 통증, 즉 아프긴 아픈데 누가 왜 아프냐고, 왜 이렇게 더 심해졌냐고 (특히 우리 엄마) 누군가가 물어볼 때 어떻게 설명해야 될지 잘 몰랐었다. 왜냐면 나도 모르니까. 하지만 이제는 그것에 대해 설명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니 그 동안의 답답함과 서글픔이 조금은 풀리는 듯 하고 '그래서 그런거였구나' 하고 나를 내가 다독여 줄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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