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등산하는 디자이너'가 음성인식으로 기록하고 에디터가 편집 및 발행하는 글입니다.
요즘 일기를 미루고 미루다가 이제야 쓴다. 최근에 블로그에 밀린 일기들을 올리다 보니 5월 중순 쯤부터 5월 말까지는 굉장히 정서가 불안해 보인다ㅋㅋ 아마 그때 생각했던 검사 결과가 아니어서 실망이 컸고 그러다 보니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함께 커졌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하루하루 회의감이 들고 무기력하게 지냈었다. 그 당시 일기를 보면 보통 서론은 오늘 축 쳐진다, 물론 누워서 아무것도 안했다, 재밌는 게 없다, 심심해 죽겠다, 결론 내일은 좀 열심히 살자 이 패턴인데 다음날 열심히 산 적이 없었다.
그렇다고 요즘 완전히 바뀐 것은 아니지만 5월말 생일 때 쯤 주위 가까운 사람들의 진심 어린 걱정과 위로의 말을 듣다 보니 힘을 많이 얻을 수 있었다. 그래서 6월 첫째 주부터, 그러니까 이번 주 월요일부터는 조금 활기를 되찾고, 지금 이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조금씩 찾아서 해보려고 노력 중이다. 그래서 월요일에는 조금 서칭이 필요하여 잠시 컴퓨터 를 했더니 바로 손목이 아파져 현타가 오긴 했지만 그래도 며칠 동안 부지런하게 계획했던 것들을 차근차근 해 나가고 있다.
근데 뭐라도 하려고 하면 손목을 자꾸 쓸 수 밖에 없어서 딜레마다. 블로그도 아무리 음성인식으로 한다고 해도 핸드폰을 사용해서 기록을 남길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손을 안쓰고 하는 것은 불가하다. 그래도 최소한으로 해보려고 언니한테 부탁하여 핸드폰 스크롤 등을 음성인식으로 움직일 수 있는 기능을 알아봐 달라고 했더니 천계영 작가가 사용하시는 손쉬운 기능을 알려줬다. 그래서 손쉬운 기능을 처음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놀라울 정도로 세분화된 명령어와 화면의 모든 버튼을 번호로 말하면 선택할 수 있어 확실히 손을 덜 쓰고 핸드폰을 조작할 수 있다. 그런데 내가 모든 명령어를 알고 있는 것도 아니고 아직 익숙하지 않은 점, 그리고 어플 등에서는 아직 오류가 많은 것들 때문에 이 또한 손을 아예 사용하지 않고는 사용할 수가 없다. 또 이 기능만 믿고 핸드폰 사용을 많이 하게 되다 보니 오히려 손을 더 많이 사용하게 되는 것 같아서 뭔가를 하고 싶긴 한데 어떻게 해야지 손목을 안 쓰면서 나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을지가 매우 고민이다.
그리고 손쉬운 기능을 사용함에 있어 큰 문제 두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이어폰을 꼈을때 작동이 잘 안 된다는 점이다. 밖에서 이어폰 없이 하려면 핸드폰을 들고 가까이에 대고 속삭여야 되는데 들고 있을 수가 없어서 이어폰을 끼고 하면 소리가 제대로 안 들리는지 명령이 제대로 인식되지 않는다. 에어팟도 그렇고 줄 이어폰도 그렇고 둘 다 잘 안 된다. 두 번째 문제는 카카오톡으로 메시지를 보낼 때 나타나는 문제인데 하필이면 전송 버튼이 16번이어서 영어밖에 못 알아 듣는 손쉬운사용에서 전송 버튼을 누르려면 식스틴을 말해야 되는데 내 발음이 구려서 자꾸 X스팅이라고 적힌 채 전송이 된다. 이 문제 때문에 자꾸 여기저기 카톡방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저는 절대 불순한 의도가 아닙니다. 조만간 손쉬운 기능 사용에 대해서만 따로 정리하여 글을 올려봐야겠다. 아무튼 음성인식으로 사는 것은 엄청난 인내심이 필요하다. 하지만 나는 아직 인내심이 부족해서 가끔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르면 손으로 폭주하고 만다. 그래도 이 시기가 지나가면 인내심이 아주 아주 조금 길러질 수 있지 않을까.
등산 다닌 지도 벌써 두 달이 되었다. 솔직히 말하면 요즘 등산에 대한 흥미가 살짝 떨어졌다. 내가 갈 만한 산은 웬만큼 갔다 오기도 했고 더위에 취약한 편이라 날이 더워져서 갈 수 있는 시간이 한정적이어졌다. 사실 앞의 두 가지 이유는 핑계인 것 같고, 가장 큰 이유는 내가 등산이 너무 좋아서 했던 거라기보다는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시간을 때우기 위한 하나의 방안으로 하기 시작한 거였고 이 기간이 처음 등산을 시작할 때에는 이렇게 길어질 줄 몰랐다. 내가 원치 않게 이 시간들을 보내기 위해 산을 오르다 보니 최근 길을 일은 내 마음처럼 등산에 대한 나의 길도 함께 잃은 것 같다. 아무튼 등산은 손에 대한 걱정이나 통증 없이 할 수 있는 일종의 나의 도피처 같은 역할을 하였고 어느 정도 기간 동안 이렇게 등산을 다니며 쉰다면 당연히 손목도 좋아질 줄 알았는데 그러한 나의 작은 희망이나 믿음이 무너지니 등산을 대하는 나의 마음도 바뀐 것 같다. 그래도 이런 마음도 하나의 과도기인 것 같고 또 다시 힘내서 열심히 지내다 보면 등산 다니는 것도 다시 좋아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제는 오랜만에 남자친구랑 크게 싸웠다. 내가 지인한테 요즘에도 남자친구랑 자주 싸우냐는 질문에 좀 덜 싸운다고 대답 한 지 하루만에 싸워버렸네^^ 바쁜 남자친구를 둔 여자친구로 현명하게 사귀는 건 아직 나에게 멀고도 험한 길인 것 같다. 이전에도 항상 바쁜 남자친구들을 만나긴 했지만 그들은 압도적으로 일이 우선인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정서적인 벽이 높아 관계가 오래 가기가 어려웠다. 지금 남자친구는 일이 많긴 해도 일과 같은 선상에 나를 두려고 노력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나도 이해를 하면서 만날 수 있는 것 같다. 그래도 때로는 아무리 머리로 이해를 해도 부족한 시간과 교류에 대한 아쉬움이 없지는 않을 수가 없다. 하지만 이것도 더 넓은 마음을 가지고 사랑과 믿음으로 극복해 나가는 것이 나의 과제로 보인다. 주 7일 일 해도 괜찮으니까 제발 본인 건강도 좀 생각하면서 일 했으면 하는 작은 바람 뿐... 사이좋게 지냅시다.
남자친구랑 크게 싸웠더니 지쳐서 집에서 쉬고 있었는데 엄마가 자꾸 동네 산책 갔다가 방앗간에 가자고 나를 꼬시는 거다. 어디냐고 물어 봐도 가보면 안다고 하면서 안 알려주었다. 그래서 가기 싫었지만 엄마가 자꾸 조르길래 뭐 맛있는 데라도 찾아서 사주려고 그러는 건가?! 하면서 따라 나섰는데 내가 아주 큰 착각을 하고 있었다. 나는 엄마가 말한 방앗간이 참새 방앗간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진짜 말 그대로 방앗간이었다. 난 참새 방앗간인 줄 알고 우리가 좋아하는 빵이라도 먹으러 가는 줄 알고 따라 나선 건데 진짜 고추 빻는 방앗간에 데려갈 줄이야? 나 혼자 김칫국 오지게 마시고 혼자 억울해 했다. 결국 진짜 방앗간 갔다가 참새 방앗간 세계 과자점 들려서 초콜렛 잔뜩 사왔다.
오늘 열심히 살기는 좀 실패하고 유퀴즈에 갑자기 빠져서 유튜브에서 엄청 몰아 봤더니 늦게 잤다. 전날 늦게 자거나 잘 못자면 확실히 다음날 컨디션이 별로여서 열심히 잘 안 살아지는 것 같네. 그래도 재미난 유퀴즈를 찾아서 의미있는 하루겠지^^ 저녁에는 약속이 있어서 나갔다 와서 그나마 수직으로 몸뚱이를 세우고 있을 시간이 있었다. 오늘 저녁 약속 없었으면 하루 종일 바닥과 수평 상태로 하나가 되어 있었을 텐데 다행이다. 오늘 약속 모임은 거의 일년만에 만나는 건데 왜 이렇게 어제 만난 것 같지. 만나서 옛날 얘기 하다 보니 갑자기 세월이 많이 흐른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학교 앞에서 만났는데 우리가 자주 갔던 것들이 다 사라져 있어 기분이 묘하면서 씁쓸했다. 친구들은 요즘 이직에 대한 고민이 많아 보였다. 아 나도 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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