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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방정 일기

200531 | 나 다시 일 할 수 있을까?

이 글은 '등산하는 디자이너'가 음성인식으로 기록하고 에디터가 편집 및 발행하는 글입니다.

의사 선생님이 손목보호대를 너무 오래 하고 있지 말고 평소에는 좀 풀어 놓고 있으라고 하셨고, 안 그래도 근육이 너무 빠지는 바람에 웬만하면 손목보호대를 풀고 있으려고 하는데 풀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제멋대로 이미 손목을 쓰고 있는 나를 뒤늦게 발견한다. 그래서 손목보호대를 푸르고 있는 게 맞는 건지 뭔지 잘 모르겠다. 요즘에는 무조건 크로스백만 들고 다니는데 오늘은 추울까봐 가디건을 하나 들고 나가고 싶었지만 크로스백에 들어가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쪼그만 손가방에 담아 팔에 걸고 다녔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자꾸 손가방을 손에 쥐고 룰루랄라 걸어다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무조건 크로스백 안에 다 때려 넣고 다닐 수 있도록 해야겠다.

 

친구가 천계영이라는 만화작가를 알려주었는데 이 분도 만화를 그리는데 나처럼 건강상의 이유로 손을 쓸 수 없게 되어 음성으로 작업을 한다고 했다. 잊고 있다가 오늘 생각이 나서 아까 남자친구랑 같이 그 분의 유튜브를 좀 찾아보다가 내가 진짜 디자인을 다시 할 수 있을까 하는 얘기를 나누었다. 남자친구가 자기가 도와줄테니 할 수 있는 것부터 차근차근 해보자며 나에게 용기를 주었다. 나는 요즘에는 불안함 때문에 디자인 생각을 하기가 너무 싫고 힘들다고 얘기를 하니 남자친구가 갑자기 도와줄 수 있는 것도 없고 너무 마음이 아프다며 눈물을 보여서 갑자기 분위기 둘이 폭풍오열 주르륵 주르륵 이거 음성인식으로 쓰면서 또 쳐울고 앉아있네. 참내. 사실 서로 입밖에 내지는 않았지만 나 때문에 올해 우리 둘의 계획이나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고, 남자친구도 일이 힘든 시기인데 내가 상황이나 감정적으로나다 불안정해서 부담도 많이 주고 신경을 많이 쓰이게 해서 더 미안한 요즘인데...... 주위에 날 걱정해주는 사람들을 생각해서라도 나를 잘 스스로 붙잡고 최대한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 노력 해야겠다.

 

아무튼 천계영 작가님 유튜브 보면서 나도 손쉬운사용을 잘 활용해 보면 좋을 것 같다 생각했는데 일단 그거 세팅하는 것도 손목이 많이 필요하니까 조금 더 좋아지면 시도해 봐야겠다.

 

 

 

다음 주 남자친구가 이사를 가기 때문에 원래 살던 동네에서의 마지막 시간이었다. 그래서 이 곳에서의 시간을 즐겁게 마무리 하기 위해 우리가 가장 좋아했던 식당에서 삼겹살을 맛있게 먹었다. 사실 코로나 때문에 어디 갈 수가 없었음ㅎㅎ 우리가 만나는 동안 기쁜 날도 힘든 날도 든든하게 배를 채워주던 곳이었는데 이사가면 많이 생각날 것 같다.

 

유튜브에서 어떤 옛날 다큐를 봤는데 방황하는 청소년들을 어떤 분이 아무런 대가 없이 보살펴주는 내용이었다. AOA의 찬미 어머니라고 하는데 누군지는 잘 모르지만 정말 대단하신 분 같다. 나도 꼭 손목이 씻은 듯이 나아서 보육원의 천사들과 다시 함께 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또 이 다큐 보다가 늦어지는 바람에 새벽 1시 넘어서 스쿼트하고 복근운동하고 앉아있네. 새벽에 샤워하려는데 왜 보일러가 또 망가져서 찬물로 샤워하려는데 도저희 엄두가 안 나 팔이랑 다리에 물을 묻히면서 마음먹기만 5분 하다가 냉수 마찰로 호다닥 샤워하고 동태되어 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