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등산하는 디자이너'가 음성인식으로 기록하고 에디터가 편집 및 발행하는 글입니다.
오랑캐의 감도 여행 두 번째 시간
사실 이 곳은 벌써 네번이나 다녀와서 쓰는 글이다. 처음에는 슬의생 친구가 데려가줘서 가보게 되었는데 너무 좋았어서 남자친구를 끌고 갔으나 그 날은 휴무였고, 또 한 번은 다른 아는 선배님을 모시고, 마지막으로는 친구를 데리고 갔었다. 나는 마음에 드는 곳이 있으면 그 곳에 사람들을 엄청 많이 데리고 가는 편이다. 좋은 거 내 주위 사람들도 다 경험시켜 주고 싶어서. (대표적인 예로 합정에 오프모먼트 그리고 성수에 쓰리 오브 어스. 하지만 이제 둘다 좀 변해서 가지 않지만...) 그래서 먹었던 메뉴는 비슷하지만 사진은 총 네번에 걸쳐서 찍은 사진이다.
인스타 갬성 그 이상의 공간
이 곳의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단순히 요즘 인스타 갬성을 살리는 곳들과는 조금 다른 결이 있다는 것이었다. 이 곳의 공간은 깔끔하지만 썰렁하지 않고, 정적이지만 적막하지 않으며 노출 콘크리트의 차가움이 돌과 나무의 자연물과 적절히 어우러지고 있다는 점이다. 주택을 개조한 것으로 추정, 2층으로 이루어진 공간에는 역시 핫플답게 평일에도 사람이 꽤 많은 듯 했다. 내가 갔을 때 한 번은 저녁이 되니 사람이 꽉 찼고 한 번은 평일 네 시쯤 갔는데도 만석이라 대기를 조금 해야 했다. 하지만 사람이 많아도 특유의 정적이고 차분한 분위기로 인하여 시끌벅적한 도떼기시장 같지 않아 여유롭게 이 곳에서의 시간과 공간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그리고 테이블도 큼직큼직 하고 테이블 간의 간격도 꽤 되어 다른 테이블에 방해받지 않고 오로지 나의 테이블에만 집중할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다. 날씨가 좋을 때, 특히 저녁에는 테라스 자리를 이용하는 것도 좋아 보였다. 정확한 플레이리스트는 모르겠지만 클래식 위주로 음악이 나오는 듯 한데 이것도 또한 공간의 분위기를 잘 살려 주고 있다.
특히 처음 방문했을 때 화장실을 가 보고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안쪽으로 길게 뻗어있는 구조로 되어 있는데 조명을 벽에 세게 때려 마치 우주에 와있는 듯 한 바깥과 단절된 특별한 공간에 들어온 경험을 선사했다. 방향제도 그랑핸드(granhand)의 방향제를 걸어 놓아 이 곳의 디테일한 감성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공간 뿐만 아니라 음식에도 느껴지는 내공
사실 공간만 잘 해놓고 음식 맛이 그만큼 따라주지 못하면 실망이 더 큰 법인데 이 곳은 오히려 반대였다. 보통 인스타 갬성 카페에 가면보기에만 예쁘지, 정작 커피 맛은 그저 그런 경우가 많은데 이 곳은 커피, 그 중에서도 라떼가 굉장히 고소하고 진해서 우유를 마시지 못해 아메리카노만 마시는 나도 참지 못하고 라떼를 마셔버릴 정도였다. 결국 소화를 못 해 며칠 힘들었지만 맛있는 커피를 마실 때 그 만족감과 행복한 기분이란... 이렇게 맛있는 라떼는 정말 오랜만에 마셔본다. 솔직히 성수동 메쉬커피보다 좀 더 맛있는 것 같다. 메쉬야 미안...
내가 맛본 식사 메뉴로는 시그니처 버거와 현미 뇨끼, 베니스 샐러드가 있는데 시그니처 버거는 고기의 간이 아주 약간은 부족한 듯 했으나 일단 플레이팅이 굉장히 먹음직스러웠고 무난하게 먹을 수 있는 맛으로, 재료가 굉장히 신선한 느낌이었다. 사실 버거는 내가 잘 먹지 않는 메뉴이기 때문에 맛 평가를 하기가 어려운 메뉴이지만 친구 말로는 볼레네제 같은 고기와 신선한 새싹 채소들, 아보카도와 쫄깃한 빵이 잘 어우러져 아주 맛있다고 했다. 현미 뇨끼는 뇨끼가 엄청 쫀득쫀득한 식감이 좋았고 그것만 먹어도 고소했다. 적당히 매콤하고 부드러운 로제 소스와 뇨끼가 잘 어우러져 양이 많지는 않았지만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소스에 들어있는 소고기에서는 아주 살짝 잡내가 나는 듯 하긴 했지만 그래도 소스랑 먹으면 그리 많이 튀지는 않아 괜찮았다. 베니스 샐러드는 비록 가본 적 없지만 지중해에 와있는 듯 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는데 풍부하고 신선한 해산물들이 버터리한 소스와 채소가 어울려 배터질 것 같은데도 자꾸 손이 갔다.
세 가지 메뉴 모두 다 먹었을 때 '오 맛있네~' 정도의 반응이 나올 수 있는 수준으로 가격 대비 퀄리티 있는 식사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큰 기대 없이 디저트로 먹었던 헤이즐넛 초코 케익이 고급스러운 초코 맛이 진하게 났고 적당히 달달하고 부드러워 밥 다 먹고 배부른 상태였는데도 엄청 맛있게 먹었다. 아무래도 인스타 핫플레이스다 보니 음식에 대한 기대는 크지 않았는데 음료, 식사, 디저트 3가지 모두 빠지는 부분이 없다 보니 사장님이 얼마나 이 곳에 공을 기울였는지, 그리고 얼마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만든건지 궁금해졌다.
모든 식기류는 블랙으로 통일하였고 테이크아웃 잔에 나오는 일회용 컵도 아무것도 쓰여져 있지 않은 검정색 종이컵에 주는 모습이 이 곳의 분위기와 브랜딩에 통일성을 주면서도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을 때 잘 어울어지게 만들었다(테이크아웃 잔에 종이컵을 두장 겹쳐서 주어 조금 아쉽긴 했지만 역시 브랜딩에는 톡톡히 역할을 하는 것 같다...).
그리고 아무리 공간이 좋고 또 음식 맛이 좋다 하더라도 서비스가 별로면 재방문이 좀 꺼려질 텐데, 이 곳의 서비스는 친절하면서도 고객을 여유있게 대하는 모습이었다. 이것은 아마 전문성 자신감에서 비롯되는 태도가 아닐까 싶다. 비단 사장님 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직원들도 그러한 모습을 보니 서비스 교육도 철저히 되고 있고, 사장님의 영업 가치관이 뚜렷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마스크만 좀 잘 착용했으면...).
노이에아트멍 : 인스타 핫플이란 말로는 부족한 곳
주소 :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23길 19 1층
운영시간 : 화-일 10:30-22:00 | 월요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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