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등산하는 디자이너'가 음성인식으로 기록하고 에디터가 편집 및 발행하는 글입니다.
저는 원래 이 곳에 가려던 게 아니었습니다. 나는 모던팩토리라는 카페를 찾아온 거였다. 약 5년 전 쯤 커피가 너무 맛있었던 기억이 있어 이 근처에 올 때마다 가끔 들르곤 했었다. 오늘도 근처에 약속이 있어 정말 오랜만에 찾아 왔는데 아니 근데 아무리 찾아봐도 없었다. 분명히 카카오맵으로 찾아보고 왔는데 이게 뭐지? 그래서 카페가 망했나보다 하고 절망했는데 지도상의 위치에 다른 카페가 있었다. 그래서 혹시나 해서 들어가서 물어봤더니 모던팩토리라는 카페에서 로스팅만 하고 매장이 바뀐 거라고 했다. 정말 다행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다들 망하는 편이라 절망할 뻔 했다.
조그맣게 로스터링도 하는 카페를 좋아하는데 요즘에는 그런 곳이 많지 않다. 유명한 카페는 대부분 인스타 갬성 카페 밖에 없고 이런 카페는 잘 없다. 여기도 인스타 갬성이 장악하기 전의 인더스트리얼 인테리어는 모두 사라지고 인스타 갬성대로 하얗고 깔끔하고 멀끔하고 앉은뱅이 의자랑 책상으로 모두 채워져서 많이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커피맛은 그대로라서 다행이었다.
역시나 커피 맛은 좋았다. 처음 왔던 날도 전날 술을 많이 마셨던 터라 이 곳에 와서 아아로 해장을 했었는데 오늘도 전날 맥주 한잔 마셨다고 제대로 된 아아로 해장이 절실했는데 아주 딱 좋았다. 버터크림라떼가 시그니처 메뉴인 것 같지만 나는 우유를 못 마시기 때문에 이 날 내가 고른 건 하프 블렌디드 롱블랙 원두 아이스 아메리카노였다. 커피가 맛 없는 카페에서는 이런 스타일의 원두가 산미만 강조되고 풍부한 맛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 원두는 적당한 산미와 중간 베이스의 고소하고 깊은 맛이 함께 어우러져 맛이 깔끔하고 해장도 제대로 되고 아주 좋았다. 로스터리 카페로서는 가격도 보통인 편이고 에스프레소도 워낙 맛있기 때문에 드립커피도 맛있을 것 같다. 다음에는 드립 커피도 마셔 보고 싶다.
이 곳은 옆으로 길게 뻗은 이층 구조가 특징이고, 햇살이 비치는 창밖에 펼쳐진 한옥의 지붕들을 바라보는 게 매력이었는데 옛날과 좌석 구조가 달라져서 아쉬웠다. 그래도 달라진 만큼 많은 사람들이 찾아 오는 것 같아 오래오래 망하지 않고 장사 해줬으면 하는 팬심에 한편으로는 안심이 되었다. 참고로 이 좁은 내부에 화장실도 갖춰져 있어서 더 마음에 든다.
요즘 손목 때문에 카페 내부에서도 일회용 잔으로 마시고 있는데 컵홀더를 종이컵 잔으로 주는 경우 낭비가 심하고 환경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보통 컵홀더로 준 종이컵은 빼고 아이스 잔만 받는다. 역시 이 곳에서도 그렇게 줬지만 받지 않았다. 브랜드 차원에서는 종이컵을 컵홀더로 껴주는 게 예뻐보여서 좋을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환경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브랜드도 매력적이고 관심이 간다. 직원들 유니폼은 편집샵 유니폼처럼 약간 아방가르드한 느낌이라 마음에 들었다. 참고로 다른 지점들도 있는데 고속터미널역점은 사람이 너무 많고 매장이 작아 앉을 자리가 하늘의 별 따기....
halff coffee : 제발 망하지 말고 계동길에 오래오래 남아줘라...
주소 : 서울 종로구 계동길 82
운영시간 : 매일 10:00 - 21:00
'제 점수는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사동 카페] 노이에아트멍 - 제대로 꽂혀서 한 달에 네 번이나 다녀온 식사가 가능한 카페 (0) | 2020.07.13 |
---|---|
[성수동 복합문화공간] 공간 와디즈 - 성수동에서 새로운 체험을 해보고 싶을 때 (0) | 2020.07.08 |
[청계산 카페] 솟솟618 - 청계산 등산을 힙하게 마무리하고 싶을 때 (0) | 2020.06.19 |
[마켓컬리 제품 리뷰] 7가지 건강 간식, 다이어트 간식, 비건 간식 추천 (0) | 2020.06.13 |
[등산화 리뷰] 컬럼비아 여성 등산화/트레킹화 추천 - 가벼운 등산 다니기 좋은, 한 달 신어본 후기 (0) | 2020.05.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