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등산하는 디자이너'가 음성인식으로 기록하고 에디터가 편집 및 발행하는 글입니다.
지난번에 한양 도성길 남산 구간을 다녀온 이후 너무 좋았어서 계속 한양 도성길을 노리고 있었다. 남산보다는 조금 더 어려운 것으로 가보고 싶어서 인왕이나 백악 구간으로 가보고 싶었는데 인왕 구간이 백악 구간보다는 쉬울 것 같아서 먼저 인왕 구간을 가보기로 했다. 엄마를 꼬셔서 사람이 적을 것 같은 평일에 다녀와봤다.
내가 찾아보고 싶지만 이번에도 손목 때문에 엄마가 가는 길을 찾아보는 수밖에 없었다. 엄마 말로는 경복궁역에서 버스를 타고 윤동주 기념관에서 출발해서 다시 광화문 쪽으로 내려가는 코스를 많이 한다고 해서 아침 일찍 출발...하려고 했으나 조금 늦었다. 전날 비가 와서 날씨가 좀 구리고 쌀쌀했다. 그래도 비는 오후에 온다고 되어 있어서 오전에 빨리 갔다와 보기로 했다.
경복궁역에서 버스를 타니 금방 자하문 고개를 올라서 윤동주 기념관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버스에서 내렸더니 바로 창의문이 보여서 우리는 너무 신이 나서 좋아하면서 "우와 시작됐나봐!!!"하며 출발했는데 아니 이게 웬걸. 창의문을 통과했더니 부암동만 나오고 도성길은 보이지가 않았다. 지난 남산 도성길을 한참 헤맸던 악몽이 떠올랐다. 내가 직접 길을 찾아 볼 수가 없어서 너무 답답해서 결국에는 창의문 관리사무소에 가서 길을 여쭈어봤더니 창의문을 통과해서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창의문을 통과하자마자 길을 건너 윤동주기념관 공원 쪽으로 올라가는 거였다. 아니 도대체 한양 도성길은 왜 이렇게 설명이 제대로 안 되어 있는 건지 답답하네요.
윤동주 기념관 공원은 너무 생각보다 잘 정리되어 있어서 산책하기에도 참 좋을 것 같았다. 그리고 거기서도 서울 시내가 한눈에 보여서 이미 다 온 기분이었다 ㅎㅎ 하지만 거기서도 방심하면 안 된다. 도성길은 공원 중간에 오른쪽으로 빠져서 인왕산 정상이라고 되어 있는 이상한 길로 올라가야 된다.
그렇게 한참 도성길을 따라서 올라가면 되는데 이 도성길을 처음 와본 엄마도 등산이랑은 또다른 매력이 있다며 너무 좋아했다. 특히 등산이랑 다르게 도성길은 나무가 없어서 해를 그대로 맞아야 되는데 이날은 날이 흐려서 뜨겁지도 않고 좋았다. 남산 갔을 때랑은 다르게 꽃은 많이 지고 이미 푸릇푸릇해져서 일주일 정도만 빨리 왔어도 더 예뻤을 것 같다ㅎㅎ 아무튼 도성길의 매력은 산책같이 평화로운 길이면서도 코스는 등산에 버금가게 힘든다는 것이다. 인왕산 구간은 특히 헤맬 필요 없이 쭉 올라가면 되었는데 서쪽에서 서울시내를 내려다 본 경험은 처음이어서 너무 좋았다. 경복궁이 하늘에서 내려다 보이는 것은 처음이었다. 근데 분명히 우리쪽으로 사람들이 많이 간다고 엄마가 그랬는데 반대로 가는 사람이 훨씬 많은 것은 왜일까 엄마 대답해 봐.
정상에 가까워져 갈수록 날이 점점 흐려져서 먹구름이 많이 끼었는데 그래서 더 웅장해 보였다. 정상 가까이에는 거의 다 바위로 되어 있어서 올라가고 내려올 때 손을 안 쓰기가 조금 어려웠다. 아무래도 험한 산은 좀 어렵지 않을까 싶다.
생각보다 코스가 짧고 쉬워서 금방 올라갔다 내려올 수 있었다. 광화문 쪽으로 내려오면서 한양 도성 내부 순성길을 따라 내려왔는데 그쪽도 좋은 공원이 잘 조성되어 있어서 산책하러 나오기도 굉장히 좋아 보였다. 내려올 때에는 비가 조금씩 내리고 점점 추워져서 후다닥 내려와서 점심을 먹으러 갔다.
생각보다 쉬운 편이었어서 백악 구간도 가보고 싶어졌는데 바위가 많아서 괜히 손을 쓰게 되는 상황이 올까봐 갈지 말지 고민이 된다. 날이 으슬으슬 스산해서 점심 먹고 집에 돌아와 씻고 편하게 간식 먹으면서 스릴러 영화 한편 때렸더니 아주 평화로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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