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등산하는 디자이너'가 음성인식으로 기록하고 에디터가 편집 및 발행하는 글입니다.
내가 즐겨보는 유튜버가 항상 한양 도성길을 산책하는데 어딘지는 정확하게 모르겠지만 분위기가 너무 좋아 보였다. 그리고 프립에서 한양 도성길 다니는 투어 상품도 있길래 한번 가보고 싶었는데 손목이 이렇게 되면서 산책을 많이 다니고 등산도 조금씩 하다 보니 한양 도성길에도 욕심이 났다.
이번에 쉬는 동안 코로나 때문에 여행을 갈 수가 없어서 호캉스를 하기로 한 김에 하루 서울 도심에서 자면서 한양 도성길 다녀오는 코스를 짜 보았다. 원래는 낙산이나 인왕산 쪽으로 가보고 싶었는데 마침 반얀트리가 무려 반값 행사를 하고 있고 블로그를 조금 찾아봤더니 반얀트리에서 바로 한양 도성길로 빠지는 코스가 있어서 반얀트리로 숙소를 잡고 남산 도성길을 걸어 보기로 했다.
반얀트리에서 오전 11시에 남자친구랑 만나기로 했는데 내가 좀 늦어 버렸다^^ 우리는 원래 계획대로라면 반얀트리에서 서쪽으로 남산 도성길을 따라 내려가서 회현에서 점심을 먹고 돌아와 호텔 체크인을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도성길 왕초보였던 우리는 시작부터 길을 잘못 들어버리고 말았던 것이었다. 길을 잘못 들었다는 것조차 한참 후에 깨달아 버렸기 때문에 돌이킬 수가 없었다.
서쪽으로 간다는 것이 그만 “와 우리 시작된거야?”하고 반얀트리에서 바로 동쪽으로 출발했다. 이렇게 바보같이 출발했지만 워낙 벚꽃이 예쁘게 피어있고 날이 따사로워서 룰루랄라하면서 초코칩 스콘을 먹으면서 신나게 내려갔다.
내려가면서도 서로 “어 왜 저기 신라호텔이 보이지 좀 이상한데” 라며 미심쩍어 했지만 별 생각 없이 다 내려 갔더니 갑자기 동국대학교가 나와버렸다. 매우 당황스럽고 매일 눕방 데이트만 하는 우리 커플에게는 이미 그 걷기 대사량 초과되어서 그냥 코스를 포기할지 아니면 원래 목적지였던 남산 서쪽 끝까지 이동해서 올라 갈지 고민하다가 그래도 이왕 걸어 보기로 한거 제대로 해 보려고 남산구간 서쪽 백범 광장쪽으로 가서 다시 코스를 시작하기로 했다. 근데 사실 이미 나는 너무 배고파져서 점점 웃음을 잃어가고 있었기 때문에 유명하다는 왕돈까스를 남한산 밑에서 먹고 2차전을 시작하기로 했다. 돈까스집도 다 서로 원조라고 써놔서 누가 원조인지도 당최 알 수가 없었는데 대충 느낌상 제일 원조로 보이는 것을 택해서 들어갔다. 코로나 시국인데도 웨이팅이 있어서 충격이었다. 사실 나는 고기를 안 좋아하고 튀김도 안 좋아해서 돈까스는 좋아하지 않는 편이고 심지어 유제품을 안 먹기 때문에 이렇게 소스 왕창 올라간 왕돈까스는 더 안 좋아해서 기대를 아예 안하고 있었는데 소스를 따로 달라고 해서 조금씩만 찍어 먹었더니 생각보다 훨씬 구수하고 바삭하고 담백하고 맛있었다.
몇입 먹자마자 텐션 바로 올라가서 엄청 맛있게 열심히 먹었고 그럼 이제 백범 광장을 찾아 가보기로 했는데 여기서부터 한참을 헤맸다.
분명히 백범 광장은 찾았는데 도성길 같은 것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계속 우왕좌왕 하다가 한참 더 따라 걸어 가서 이번에는 진짜다!! 싶었던 유적 박물관까지 올라갔는데 아무리 봐도 또 한양 도성길이 보이지 않아 다시 내려왔다가 주차 관리하시는 분께 도성길 가려면 어떻게 가야 되는지 여쭈어봤더니 다시 박물관 위쪽으로 올라가면 된다는거다. 아놔 진짜 벚꽃길이 예뻐서 겨우 참았다. 알고 보니 박물관에서 이어지는 도성길을 재정비 중이어서 공사 가림막에 가려져서 길이 안 보였던 것이었다. 아무튼 정말 우여곡절 끝에 겨우 도성길 입구를 찾아서 진정한 남산 도성길 투어를 반얀트리에서 출발 한지 세 시간 만에 시작했다.
생각보다 시작부터 계단이 참 많았다^^ 이미 좀 많이 걸어서 다리가 아픈 상태였고 점점 체크인 시간이 다가와서 초조했다. 비싼 호텔이니까 1초도 허비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체크인을 하러 가고 싶은 마음으로 열심히 올라가는데 마스크때문에 호흡이 잘 안 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그래도 정말 하늘이 구름 한 점 없이 너무 맑아서 감탄을 하면서 올라갔다.
겨우 남산타워 정상에 올라갈 때에는 너무 힘들고 빨리 내려 가고 싶다는 생각에 딱히 감흥이 없었다. 그리고 물만 사서 바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분명히 가까이 반얀트리 다 보이는데 가도 가도 점점 멀어지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내려가면서도 계속 이 길이 맞는지 의심스러웠다. 내려갈 때는 자꾸 내 의지와는 다르게 다리가 후덜덜거려서 흐느적거리면서 내려 가게 되었다.
결국 남산 코스 절반만 다녀오자던 우리는 밥 먹는 시간 포함하여 네 시간만에 남산 코스를 전부 의도치 않게 걷게 되었다. 걷기 쪼렙인 우리는 서로 너무 고생했다며 칭찬을 아주 아낌없이 퍼부었다 ㅋㅋㅋ 그리고 호텔 체크인을 해서 바로 뜨신물에 몸을 담궜더니 아주 세상 천국이었다. 한번 갔다왔더니 또 계속 욕심이 나서 다음에는 좀 더 어려운 인왕구간이나 백악구간에 꼭 가보고 싶어졌다. 내가 손목을 못 쓰는 바람에 코스도 다 알아 보고 옆에서 길을 잃었을 때 도와주지는 못하고 짜증 부려서 죄송했습니다.^^
그때는 몰랐어요(feat. 타짜 정마담) 제가 회사를 다니지 못 하게 될 줄은.
회사 다닐 줄 알고 부린 마지막 사치였는데...^^ 알았다면 이 비싼 데에서 안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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