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에 블로그에 글을 쓴다. 나름 방문자 1만명 기념으로 쓰는 글이다^^(사실 아직 9천 몇인데 이제곧 될테니까...^^)
침묵 그 자체인 이 블로그에도 신기하게도 매일 알음알음 많은 분들이 다녀가셨다.
과연 그 방문자들은 이 블로그에서 어떤 정보를 얻어갔을까?
작년 가을 마지막 글을 올린 이후로도 올리지 못한 콘텐츠가 더 있긴 했으나 내겐 글을 올릴 힘이 없었다.
점점 길어지는 투병 기간 끝에 나는 결국 무너져내렸다...처참히... 아무런 생각도 할 수가 없었고, 글도 쓸 수가없었고 그저 아픈 손목에 갇힌채 지냈다.
더불어 나의 아바타 에디터이던 언니가 학업으로 점점 바빠지면서 나 대신 나의 글을 에디팅해 올려줄 시간이 없던 것도 글을 업로드하지 못했던 이유 중 하나다.
침묵하던 그 시간 동안 많은 일들, 변화가 있었다.
눈치채셨는지 모르겠지만 이 글은 내가 직접 키보드로 타자를 쳐서 적고 있다는 사실!
아직 10분 이상은 무리이긴 하지만 키보드에 손을 올리지조차 못했던 1년 전과는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많이 회복되었다. 정말 기적이라고 밖에는 표현할 길이 없다.
이렇게 좋아지기까지 내가 보낸 시간들을 간략히 정리해보면,
손목을 쓸 수 없는 내가 유일하게 할 수 있었던 두 가지, 말하기와 걷기, 그 중 ‘걷기’는 등산하다가 다리를 삐는 바람에 몇 개월을 집콕해야만 했고,
유일하게 남은 할 수 있는 일 중 ‘말하기’를 활용하여 음성명령 기능으로 무려 유!튜!버!가 되었고,
돈을 처발라 손목 도수치료를 받았고,
대학병원 다닌지 1년 만에 병명을 진단받고 수술 권유를 받았고,
제주도로 2주간 현실 도피 여행을 다녀왔고,
명의를 찾아 500번 전화해서 예약한 한의원에서 한약을 지어먹었고,
그렇게 많은 일이 있었던 나는 요즘,
포크가 아닌 젓가락으로 밥을 먹는 일상을 조금이나마 되찾았다.
열심히 치료에 임하며 내가 처한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어떻게든 찾고 만들어 나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애썼다.
그리고 말 그대로 현실을 잊고 그 순간순간만 생각한 제주도 여행을 다녀온 후로 몸도 마음도 많이 치유되었다.
공백 2년의 디자인을 할 수 없는 아픈 디자이너
하지만 집으로 돌아온 후 다시 금세 깨닫게 된 나의 현실, 나의 타이틀.
직업병으로 직업을 잃어버린 디자이너는 도대체 뭐 해먹고 살아야 할까?
앞으로 <아픈 디자이너가 먹고 사는 법> 시리즈로 제가 투병하며 직업을 찾아가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연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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